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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오는 8월 14일부터 방한해 꽃동네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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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황청이 오는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관련,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 자체에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정의를 강조해 온 교황의 진짜 메시지보다 교황의 지위와 화젯거리에 초점을 맞추려는 한국가톨릭교회의 움직임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교황청에서 한국가톨릭교회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한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몇 차례에 걸쳐 교황청 관계자들을 통해 방한의 뜻을 보냈다.

지난 6월, 교황청은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인 마리오 토소 주교를 보내 사도적권고 '복음의 기쁨'을 주제로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을 서울에서 개최하고,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에서도 관련 간담회를 참석케 했다. 또, 토소 주교에게 용산참사 유족과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송전탑대책위 관계자와 주민 등을 면담하도록 했다.

나 역시 토소 주교를 직접 만나 장애인들이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교황께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서울주보>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교황 방한은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일련의 일들은 복음화율 10%에 신자 수 500만 명을 자랑하는 한국가톨릭교회의 진짜 실상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국민 수보다 신자 수가 더 많은 이 이상한 '종교의 나라'에서 한국가톨릭교회 역시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며 급격한 교세 신장을 이뤄 왔다. 교회 안마당 아니 골방마저 자본 논리에 점령 당한 지 오래다. 신자들과 지역 본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구마다 수백억씩 들여 경쟁적으로 펼치는 대형성전 건축물을 올리는 모습이 그 상징적 예다. '탐욕의 바벨탑'과 다름 없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진면목을 목격했던 두 장면

그 탐욕의 바벨탑의 한 기둥이 '꽃동네'다. 작은예수회 박성구 신부는 "꽃동네는 한국판 마피아"라고 했다. 무지개공동회 천노엘 신부 또한 "꽃동네 교황 방문은 오웅진 신부 방식의 장애인사업을 용인해줄 뿐 아니라 그들의 부패 스캔들을 사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예수를 따르는 사제들인데, 왜 복지사업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른 것일까?

물론 오웅진 신부가 예수의 복음적 장애인관을 깨우치지 못한 데서 오는 무지의 소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탐욕에서 비롯됐다. 복지계 국내 1인자, 가톨릭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복지시설. 그런 명예욕이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으로 여겼던' 초심을 앗아가 버린지도 모른다. 축재에 몰두하고, 스스로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바꿀 수 없게 영혼을 죽여 버린 것이다. (관련기사 : 교황이 '꽃동네'에 가선 안 되는 이유)

오 웅진 신부의 탐욕을 확신한 건 오수영 신부가 세운 오순절 평화의 마을의 초창기 시절 홍보를 도와주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오웅진 신부와 오수영 신부는 복지시설장이라는 같은 역할에다 '오씨'로 같은 성씨까지 지녀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됐다. 1995년 어느 날, 오순절 평화의 마을의 오 신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오웅진 신부가 제3의 꽃동네를 삼랑진 오순절 평화의 마을 인근(거창)에 설립하려고 부지를 확보해두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마산교구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그 의도야 분명하지 않는가. 경쟁 대상을 고사시키겠다는 것. 마치 악덕기업이 경쟁기업을 죽이려드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내가 오웅진 신부의 진면목을 본 두 번째 장면이었다.

처음 그의 진면목을 마주한 건 1987년 6월 29일(날짜를 기억하는 이유는 6·29선언을 꽃동네에서 들었기 때문) 음성 꽃동네 첫 방문 때, 장애를 지닌 중증장애인들을 복도를 지나는 방문객들 앞에 줄 세워 둔 장면을 목격했을 때다. 분노가 느껴졌다. 동정심을 유발해 후원금을 더 거두려는 속내야 알겠지만, '이건 아니다'하고 가슴 속으로 절규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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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을 다시 가두는 짓" 지난 6월 10일,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주최 하에 펼쳐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분홍종이배 보내기 기자회견'
ⓒ 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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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수용시설에 장애인들 가두는 반예수적 복지사업 그만 둬야

사 실 한국전쟁 등 국가적 재난을 경험했던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등 소수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은 어두운 분야였다. 어둡다는 것은 부정 축재의 가능성을 말한다. 시작은 외국 원조나 후원으로, 1980년대 이후엔 국가 보조금으로 우리나라 복지사업은 점차 성장해 왔다.

물론 지난 어려운 시기, 숱한 이들이 복지사업에 쏟은 수고가 매도 당해선 안 된다. 그 노고 덕분에 복지 수준이 올라간 것 역시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다고, 일부 제도적 허술함 때문에 부정과 비리의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 복지시설 재정을 제도적으로 투명화하는 움직임 덕분인지 그런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 추세다. 

꽃동네가 장애인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인지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재정의 투명화를 위한 노력이다. 종교의 이름과 사제의 권위로 그 노력을 무마, 은폐하면서 꽃동네의 불행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탐욕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

이 성경 속 격언을 새기는 사제라면 이제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2천 년 전에 장애인을 몸소 찾아다니며 공동체 안으로 불러들인 예수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사제라면 대규모 수용시설에 장애인들을 가둬놓는 반(反)예수적 장애인복지사업은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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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지난 5월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에서의 꽃동네 탈시설자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배덕민 회장의 꽃동네 생활 증언
ⓒ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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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웅진 신부가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자라면 예수가 그 시대의 장애인에게 그랬듯이 복지 대상자의 욕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장애인 역시 시설에서 한 평생 갇혀 살다가 이름도 없이 죽어갈 존재가 아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누려야 할 존엄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장애인들의 삶을 지원해야 마땅한데, 꽃동네 같은 대규모 수용시설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꽃동네에 수용된 장애인은 시설 밖으로 나오는 일이 사실상 시설의 훼방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거기서 드러난다. 수십 명에 달하는 꽃동네 출신 장애인들의 '꽃동네 탈출기'는 그 자체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한 탈 시설자는 "교황이 방문해 오웅진 신부를 격려하는 행위 자체가 자립생활을 꿈꾸는 장애인의 가슴에 피눈물 나게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장기 강제기증과 강제노역 등 꽃동네의 장애인 인권유린 문제는 어떠한가. 무연고 수용자가 사망할 경우, 암매장에 가까운 방식으로 모래 흙에 묻어버리고, 음성군으로부터 지원 받는 장례비조차 착복했다는 것은 차마 외면하고픈 뉴스다. 시설 내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폭력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비단 꽃동네만의 문제라기보다 수용된 장애인을 관리대상으로 여기는 대규모 수용시설들의 구조적 문제일 것이다.

결국 꽃동네 같은 대규모 장애인수용시설은 가톨릭 사회복지 정신을 따르는 공동체가 아니라, UN이 제정한 장애인 권리협약에도 어긋나는 시대착오적인 강제 수용소와 다름 없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오웅진 신부의 양심 또한 외면해선 안 된다.

꽃 동네 지역 관할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장애인을 만나러 오시는 교황님 뜻을 받들어 교구민들이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 함께 할지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소외된 자들의 사회통합을 외쳤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받들어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회격리시설 꽃동네부터 개선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장애인에게 진정한 은총은 얻어 먹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벌어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청주교구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이현로 신부는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다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장애인과의 만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의탁자 시설인 꽃동네에 수용된 장애인이야말로 꽃동네가 설립되면서 가족들에 의해 무의탁자로 만들어져 맡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꽃동네가 그들을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 받도록 조장한 셈이다.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를 통해 장애인복지를 계속 하고 싶다면, 장애인 자립과 사회통합을 꾀하는 장애인복지운동에 인적·물적 자원을 동참 시키는 길을 모색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꽃동네에 선의의 마음으로 보내는 '마지막 권고'이기도 하다. 만일 꽃동네가 시대착오적인 장애인복지사업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 폐쇄를 외치는 장애인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 앞서 한국 가톨릭계가 고민해야할 것

이 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오웅진 신부를 둘러싼 한국 가톨릭 권력의 마피아적 부패 고리를 끊고, 한국 가톨릭 전체의 참회의 계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외 순방은 잔치나 축제의 성격보다는 고통 중에 힘들어하는 이들, 억압과 미움으로 대결하고 있는 이들, 분쟁과 폭력에 희생돼 눈물 흘리는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는 지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교황을 맞는 한국 교회도 그분의 지향에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 한국가톨릭교회 특히 정진석·염수정 두 추기경을 비롯한 교계 지도자들의 주파수는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묻고 싶다.

변화를 바라는 광야의 외침은 공허하게 떠돈다. 그마저 밀양, 강정, 용산, 광화문 등에서 힘없이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소수의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탐욕스런 교회 권력층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있는 실정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교회는 세상의 모든 것을 복음의 빛으로 밝혀줄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그에 앞서 먼저 예수의 마음을 지닐 것을 요구한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마음은 바로 교회의 기쁨과 희망이자 슬픔과 고뇌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를 찾아온다. 빈자의 성자인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그다. 그를 맞이하기 부끄럽지 않게 탐욕에 찌든 한국가톨릭교회의 근본적 쇄신을 시작해야 한다. 가진 자를 우대하고 가난한 자는 홀대하는 '부우빈홀'(富優貧忽)의 비인간적인 사회. 이제 교회는 대성전 건축보다 오히려 도탄에 빠진 인간을 성전으로 삼아야 할 때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3960&PAGE_CD=N0004&CMPT_CD=E0018M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중규는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이자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행복포럼 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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